첫 글을 올린 후에 바로 격추되었던 F-15E에 타고 있던 두 번째 무장통제관(WSO)까지 구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나 군인이 살아 있을 확률은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집니다. 물론 조종사의 상태나 떨어진 곳의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요. 사출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해상이나 추운 곳으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나 익사의 위험도 있고요. 그래서 첫 몇 시간이 그야말로 골든 타임이라고 하죠. 어쨌든, 두 사람 모두 구출해 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은 대단히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그런데, 이 한 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이란이 미군을 포로로 확보하게 되면 엄청난 협상 카드가 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 필사적으로 찾아 나서야 했죠. 결국 미국이 구조에 성공했지만, 이 두 명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A-10도 격추 당하고 HH-60도 피격돼 손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C-130 수송기 두 대는 폭파시킨 후 버리고 와야 했다고 하고요. 복수의 언론 매체에서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원만 수백 명이라고 하고, 수십 대의 항공기, CIA까지 총동원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죠.
물론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이란에 포로로 잡히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란도 기를 쓰고 그를 잡으려 했고요. 하지만, 저러다가 구조대가 습격을 당하거나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사실 ‘전우를 남겨 놓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는 신조는 미군의 오랜 신조입니다. 기원으로 보는 건 1759년 프랑스-인디언 전쟁 당시 로버트 로저스 소령의 원칙이라고 하고요. 미군 교리에 등장하면서 제도화된 것은 1974년 제1레인저 대대가 창설되면서입니다. 당시 ‘레인저 신조(Ranger Creed)’ 를 작성할 때 이 문장을 명시한 거죠.
“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 to fall into the hands of the enemy. (나는 절대로 쓰러진 전우를 적의 손에 남겨두고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신조는 2003년 11월, ‘전사 신조(Soldier’s Creed)’의 핵심 철학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생존자를 구조하고, 부상자를 회수하고, 전사자의 경우는 유해를 수습한다는 원칙이 포함됩니다.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지금까지도 발굴하고 송환하려 애쓰는 것 역시, 이런 ‘전우를 끝까지 데려온다’는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간혹 훈련시키는 데 엄청난 돈이 드는 전투기 조종사나 특수부대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전군 전체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다만 조종사 구출이 여러가지로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눈에 띄어서 그렇죠. 예를 들어 일반 보병일 경우, 보통은 아군 부대원과 함께 움직이니까 부상을 당해도 상대적으로 빨리 발견하고 바로 데리고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는 이번처럼 격추되면 적진 한복판에 고립되기 마련이죠. 그러다보니 조종사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특수부대, 전투기, 수송기 등이 투입되는 구출작전이 필요하게 되죠.
사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게 과연 꼭 지켜야만 하는 걸까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전시 전략이나 전술을 수립하고 진행할 때 이 원칙을 지키다가 더 큰 희생을 치르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니까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 당시 <블랙 호크 다운>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이 원칙을 버리지 않는 것은 이 원칙이 주는 정신적, 심리적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나는 버려지지 않는다’ 혹은 ‘국가와 전우가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라는 믿음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곧 전투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또한 전우를 위해 목숨을 거는 군대 문화는 부대의 사기를 올리고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고요.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이번 작전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작전이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저 같은 막눈이 봐도 보통 일은 아니었던 듯 해요.) 미국이 꽤 큰 물리적 비용을 치른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을 구해옴으로써 얻은 것이 훨씬 커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p.s. 원래 쓰기로 했던 법적인 이야기와 인도 태평양 지역 내용은...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더 쓰다간 피디님한테 혼날 듯.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화가 나 있는 게 유럽이죠. 그렇잖아도 나토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르는데, 이번에 단단히 배신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이란 전쟁 관련 미군기에 영공을 폐쇄했고, 영국은 너네 전쟁에 왜 우리가 가냐고 했고, 프랑스는 심지어 호르무즈 해협 무력 사용 허가 문제에 중국, 러시아와 함께 반대입장을 표하기도 했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지금보다 컸던 때라면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할 때 정도밖에는 생각이 안 나네요.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불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유럽에 대한 불만은 이전부터 상당히 누적되어 왔습니다. 트럼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 거죠.
냉전이 끝나자마자 미국 내에서는 공산블록도 사라졌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냐는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이미 그 때부터 유럽국가들이 이젠 돈도 많으면서 안보는 미국한테 맡기고 무임 승차한다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유럽은 유럽대로 이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만의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목소리를 높였던 국가는… 네,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프랑스였죠. 프랑스, 나름 일관성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가 유럽에 존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전 초기 유럽은 미국 개입 없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던 거에요. 끔찍한 인종청소와 내전을 군사적은 물론 외교적으로도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무능함만 보여줬죠. 결국 미국이 개입하고 나서야 끝이 납니다. 큰소리 뻥뻥 치더니 유럽 내에서 난 불도 끄지 못하는 현실을 체감한 거죠.
이후 미국 정치권과 군 수뇌부는 ‘유럽은 능력도 안 되면서 입만 턴다’는 냉소적인 인식을 슬슬 갖게 되는데, 그 인식에 쐐기를 박은 게 2011년 리비아 사태입니다. 아랍의 봄 여파로 일어난 리비아 내전 초기,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막겠다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나섭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군사 개입을 주장하며, 특히 프랑스가 아주 적극적이었죠. 북아프리카에 대한 그들의 ‘우리 앞마당’ 정서도 작용했을 겁니다. 반면 미군 수뇌부는 리비아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었고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떠올랐겠죠.
결국 미국은 ‘Leading from behind’라 불리는 소극적 개입을 하게 되는데요, 토마호크 미사일을 100기 넘게 발사해서 리비아의 방공망을 제거해줍니다. 그리고 뒤로 빠지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개전 한 달 만에 SOS를 칩니다. 정밀유도탄과 순항미사일이 부족하다면서요. 미국측에서는 이정도 작전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력이 바닥인거냐며 어처구니없어 했죠.
더 큰 문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카다피가 사살되고 정권이 붕괴된 이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결국 리비아는 무정부상태가 되어 수많은 난민을 낳았고, 이듬해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외교공관과 인근 CIA 시설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대사 포함 4명이 사망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한 결정 중 가장 후회하는 것이 리비아 사태 이후를 준비 못한 채 개입했던 것이었다고도 밝힐 만큼, 이 사건은 미국이 유럽을 바라보는 시각에 꽤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정치권과 군이 바라보는 유럽은 ‘군사적으로 무능하고 의욕만 앞서는데 결국엔 우리한테 ‘해줘’하고 손 내미는 놈들.’ (과한 표현 죄송합니다. 전 유럽 좋아해요. 걍 미국에서 보는 시각이라고요.)
그러니까 유럽의 나토국가들에 대한 감정의 골은 사실 트럼프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꽤 오랫동안 미국 정치권에서 깊게 패여 왔던 거죠.
그럼 과연 대서양 동맹은 이대로 끝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법적으로 의회 허락 없이 대통령 맘대로 끝내지 못 한다던데 과연 그런지,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은 어떻게 되는건지?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란 가득했던 대국민 연설 이후 주말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공비행을 하던 F-15가 격추되었죠. 타고 있던 조종사와 무기체계담당관 중 조종사는 구조가 되었습니다만, 무기체계담당관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구조를 위해 수색 중이라는 뉴스가 들어와 있고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부터 보죠. 여러가지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2-3주 더 무시무시한 공격을 하겠다는 공언, 이란 해군과 공군 능력은 궤멸되었다 등등.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며 지적하고 있는데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석기시대니 뭐니 그런 자극적인 말보다 귀에 들어온 것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한 언급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한 나라들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있었죠. 첫째, 미국 석유를 사라. 우리 석유 많다. 둘째, 늦은 감은 있지만 용기내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해라. 알아서들 석유도 운송들 하고. 이란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황이니까.
아니, 들쑤셔 놓은 게 누군데 저러고 그냥 간다고?
항행의 자유
무책임한 듯한 이 발언은 사실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그걸 알고 이런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41년 처칠과 루스벨트가 서명한 아틀란틱 헌장에서 일곱번째 조항으로 명시한 것이 공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였습니다. 미국은 제국주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유무역의 질서로 갈아엎으려 했죠. 그리고 자국의 상선이 타국이나 적국의 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해상 교역을 하기 위해서는 함대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항행의 자유’는 미국 배들만 보호하는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자유 무역’에 ‘항행의 자유’라는 말까지 붙었으니까요. 전후 미국 해군이나 외교 안보 담론을 보면, 국적을 불문한 공해 상 상선보호 원칙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미국의 동맹 국가의 선박 및 핵심 해역에서의 항행은 적극적으로 보호해온 영역입니다. 또한 미군이 전 세계 어디든 병력과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 해상로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항행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80년 동안 세계는 미국 함대가 경비를 서는 바다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교역을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온 셈이죠.
그런데 이게 당연하지만 엄청 돈이 드는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패권 유지 비용이라고도 했고, 어떤 이들은 미국이 패권국으로서 제공하는 글로벌 공공재라고 했습니다. 항모전단 1년 운용 비용이 수십억 달러입니다. 미국은 총 11개 항모전단을 가지고 있고 통상 3-4개가 항상 해외에 전진 배치되어 있죠. 그래서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미국 함대의 존재를 미국 패권의 상징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이거 그만둘 테니 알아서 하라는 거죠.
‘Go to the strait and just take it.’
단순히 열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을 큰 줄기로 본다면, 이 패권 비용을 치르는 것에 미국이 지친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그 비용을 미국이 아니라 특정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가 필요한 나라가 ‘비용을 치르고’ 미국에게 부탁하면 들어줄 용의가 있어 보이고요.
그리고 이 말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동맹 재편이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나토가 떠오르지만,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관련 이야기는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란의 쿠르드 조직들은 이란과의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 쪽에 본진을 구축해 피신해 있습니다. 이란 중앙정부의 감시와 탄압으로 인해 훈련, 보급, 정치 조직들을 이란 내에서 운영하기 어려웠고,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의 이라크 쿠르드 자치령이 은신처로도 적당했던 거죠.
일단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는 최대한 이 사태에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잘못하다가 이란한테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PAK 등 이란 쿠르드의 반군 병력 일부가 접경 지역에서 대기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조차 경계하며 단 한 명도 국경 안 건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게다가 혹여 미국이 지금 이란 정권을 흐지부지 놔두고 전쟁을 끝내 버리면 그야말로 이란으로부터 피의 보복이 있을테니, 미리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을까 봐 몸을 사리는 거죠.
반면 이란 쿠르드 조직들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출동할 태세이긴 합니다. 미국이 접촉했다고 보도가 나온 이란 쿠르드 반군 조직 중 PAK의 간부들은 직접 인터뷰도 했죠. 다만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있으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나가 총알받이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의지는 충만합니다.
그런데, 쿠르드 반군이 뭘 할 수 있을까? 이란 쿠르드 반군의 숫자는 다 합해서 대략 5,000명에서 8,000 안쪽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정규군을 상대로 싸울 병력이 되지 않습니다. 시리아 SDF처럼 대규모 작전의 경험이나 중장비가 축적된 것도 아니고, 테헤란 진격 – 이런거 하기는 무리입니다.
다만 이들이 투입되면 일종의 비대칭전력으로 이란군과 혁명수비대를 서쪽에서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순 있겠죠. 지금 이란은 방공망도 뚫렸다고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여러 군사시설 방어에 정신이 없는데, 서쪽 국경지역까지 골치 아파지면 버거울테니까요. 더불어 중앙의 통제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진다면 시위나 봉기가 일어날 여지를 줄 수도 있겠고요.
사실 이란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페르시아계가 약 60%정도 되고 아제르바이잔계가 16%정도, 쿠르드 10%, 루르 약 6%, 발루치 2% 등. 발루치처럼 독립하겠다고 꽤 목소리를 높여온 민족도 있고, 아제리처럼 중앙 정부에 진출한 민족도 있고 다양합니다 (현 대통령 페제쉬키안도 아제리계죠). 쿠르드쪽부터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독립이나 자치권을 요구하면, 중앙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PJAK처럼 PKK와 연계가 있는 걸로 의심되는 조직도 있기 때문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튀르키예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쿠르드족는 역사적으로 미국을 도와줬다가 버림받은 기억이 있죠.
다른 민족들도 나섰다가 자칫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휘몰아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 그리고 걸프국가들이 원하는 결과는 아닙니다. 특히 걸프국가들은 지역 질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중동의 미래를 추구해왔죠. UAE가 걸어가는 그 길 처럼요. 미국도 최대한 중동 불안정을 축소하고 매 사건마다 미국이 들어가서 개입하고 중재하는 거 안 하고 싶어서 작전을 펼친 건데, 내전에 쑥대밭이 되면 안 건드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쿠르드족 도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랬다가 이틀만에 마음을 바꾼 건데요, 뭐 연막전일 수도 있겠죠. 내일 당장 또 쿠르드가 함께 한다고 외칠수도…
그런데 연막전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이스라엘과 조금 다른 트랙을 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쿠르드족 개입시키는 것에 훨씬 적극적이었던 건 이스라엘이었습니다. 미국은 그냥 만지작거리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였고요.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이판사판 난리나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라고 들었습니다. 뭐 탄도미사일 없애고 난 후, 이란이 오랫동안 분열되고 극심한 분열을 겪으면 오히려 좋다는 태도랄까요. 정권 교체든 체제 붕괴든.
이란 공격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시간을 끌어서라도 이란이 마비되고 붕괴되는 상태를 선호할 것이고, 미국과 걸프국가들은 훨씬 약한 정부를 유지하되 지역 안정까지 건드리지 않을 수준의 상태를 원할 것이라고요. 그래서 결국 언제까지 전쟁을 치를지, 또 어떤 전략을 택하고 마지막 목적지를 어떻게 정할 지에서 두 국가 간에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였죠.
한 가지 와닿는 부분은 이제 미국도 질서나 체면, 명분 같은 거 신경 쓰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쟁을 하거나 군사작전을 할 때, 미국은 최소한의 ‘명분’을 가지고 들어가곤 했습니다. 설사 위선적이라 하더라도요. 이제는 그런 거 필요 없다는 것처럼 보이네요.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쟁에 대해 궁금하시고 질문을 주시는데요, 지난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군사 전문가도 중동 전문가도 아닙니다. 해당 지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있어야 현지 소식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텐데,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지금까지 나온 언론, 싱크탱크 전문가들, 미국 쪽 인사들을 통해 나름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한 수준입니다. 오늘도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정리된 내용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끄적 끄적 적어봤습니다.
전쟁 발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유가는 급등했고, 이란이 주변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서 지역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네요. 오늘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들의 짧은 Q&A가 있었는데, 그 내용을 좀 올려보려 합니다.
기자들과의 대화를 요약하면 군사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란의 해군과 공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했죠.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라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할 수도 있고.. 정도의 모호한 대답을 했고요.
애초 미국이 이야기한 정권 교체가 목표라면 지상군 투입 없이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정권 교체(regime change)는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겠죠.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강한 미국내 저항을 받을 터라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족 반군을 지상군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계획이 흘러나왔었는데요, 이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죠.
사실 쿠르드족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정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하는 바람에 ㅠㅠ 그런데 어차피 썼던 거, 마저 쓰고 한 번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약 3-4,00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걸쳐 살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분파도 이름도 성향도 다 달라서 아주 rough하게 정리해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튀르키예
튀르키예에 있는 대표적인 쿠르드 조직은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PKK입니다. 1980년대 이후 튀르키예 군과 관공서, 관광시설에 테러 공격을 감행해서 민간인 피해도 많이 낸 과격한 단체죠. 당연히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갈고 있고 미국, EU 역시 모두 테러집단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2025년에는 무장투쟁을 종료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뒤, 튀르키예 정부와 정치적 협상 중입니다.
2. 시리아
시리아 북동부에는 SDF, 그리고 그 핵심 세력인 YPG가 있죠. SDF는 이념적으로도 PKK와 가깝고 튀르키예에서는 이들을 PKK의 시리아 지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IS 격퇴할 때 핵심 파트너였던 조직이 바로 또 이 SDF이기도 하죠. 덕분에 전투에는 베테랑들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2019년 IS 소탕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헌신짝처럼 버려서 튀르키예의 공격 앞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린 쿠르드 반군이 이들입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후 들어선 현 정부와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국가 체계로 편입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3. 이라크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2005년 이라크 헌법을 통해 자치 정부로서의 법적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쿠르디스탄 자치령 정부(KRG)에는 KDP, PUK같은 정당들이 있고, 페쉬메르가라고 하는 무장세력을 두고 있죠. 이들은 반군이라기 보다 자치정부의 준정규군에 가깝습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중앙정부의 힘이 빠진 사이 사실상 자치를 해왔습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신헌법을 통해 제도화가 되었고, 2005년 헌법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인정받았죠. 그래서인지 미국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편이고, IS 격퇴전 시에도 일정 부분 기여를 했습니다.
4. 이란
이란의 쿠르드는 이라크 국경과 맞닿은 이란 서부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란에는 꽤 여러 개의 반체제 쿠르드 무장조직들이 있는데, 이들이 느슨한 형태로 연합, 공조하고 있죠. 이들 중 핵심집단으로 꼽히는 조직이 PJAK, PDKI(KDPI), PAK인데요, 이중 PJAK는 튀르키예에서 경계하는 PKK와 연계되어 있다고 하죠.
쿠르드족의 목소리를 높이고 권한을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계파마다 또 그 안에서도 성향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다릅니다. 쿠르드 국가 건국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현실적으로 자치권만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체제가 약화되어 있는 와중에 쿠르드 자치와 정치적 지분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겠네요.
며칠동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쿠르드 반군이 이미 국경을 건너서 들어왔다는 둥, 참전 안하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둥. 그리고 이 와중에 이란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습니다. 아니, ‘국경’을 넘었다는 무슨 이야기인지, 또 이란은 이란 쿠르드도 아니고 왜 '이라크' 쿠르드를 공격한 거지?
공습 뉴스를 들었을 땐 결국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제네바에서 오만 중재로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간접 핵협상이 2월 6일 재개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협상 라운드가 진행되었죠. 이란과 오만측에서는 매 라운드마다 진전이 있었다고 했고요. 문제는 미국 측에서 반응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아니,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전혀 진전이 없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다른 옵션도 있다는 식으로 군사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죠.
2월 26일 전후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를 방문한 뒤 마라라고로 향했고, 밴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을 방문했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장기전은 없다는 발언을 했고, 지역 행사와 유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후 워싱턴 DC로 돌아왔고요. 루비오 장관은 워싱턴 DC에서 비공개 이란 브리핑을 정보위의 상하원 의원들(Gang of Eight)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뭔가 일이 있으려나.. 하는 추측만 가능한 상황. 언론에서는 협상이 잘 되어가는 듯한 오만과 이란측 메시지는 전달했지만, 정작 미국측 반응은 그다지 상세하게 나오진 않았습니다.
뭔가 벌어질 것 같지만 아직은 조용한 상황에서, 현지 시각 아침에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공습이라면 밤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살짝 긴장을 푼 상태를 노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군사력을 중동 쪽에 투사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정도 군사력을 동원했으면, 협상에서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물러서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2003년이나 1991년 걸프전때보다는 적은 규모였으므로, 지상군 작전이나 대규모 전쟁을 치르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CSIS에서는 1998년 이라크의 주요 시설을 폭격하고 빠졌던 ‘사막의 여우(Desert Fox)’작전 스타일에 가깝다고 평가했는데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중동에 지상군이 들어간다는 건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지금 모양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종의 분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규모 전투기가 출격해 군 시설, 정보 기구, 정부 등 광범위한 타격하고 주요 수뇌부를 참수하는 작전은 이스라엘이 맡았습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무려 500여개 타겟을 겨냥했다고 하죠. 그리고 첫 공습이 쏟아진 곳이 하메네이의 거주지 근처였던 것을 봐서, 하메네이 참수작전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방공, 지휘체계 마비, 장거리 타격 등을 통해, 공격 후 이란이 이스라엘, 미군 기지, 걸프 국가들을 향해 취할 보복능력을 제거 내지는 약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 들려온 하메네이 사망 소식.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측에서 먼저 발표했지요. 이란 측에서 현장에서 지휘 중이라며 부정하더니, 방금 이란 국영TV에서 그의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딸을 비롯한 가족들도 수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요. 이란은 하메네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7일 공휴일과 더불어 40일 추모기간을 발표했습니다. 아마 다른 수뇌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부도 꽤 사망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아서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 6월 승계라인 후보자들을 세 명 정도 추려놨다는데, 마무리를 짓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 명의 후보자는 사법부 수장인 골람 후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하메네이의 부비서실장이자 핵심 실세인 알리 아스가르 헤자즈, 그리고 개혁파로 분류되는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입니다. 여기에 일부 성직자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의 아들 무즈타바는 하메네이가 일단은 세습은 하지 않는다고 말해온 바가 있어서 공식 후보군에서는 제외되긴 했지요. (그러나 누가 압니까…)
워낙에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하메네이의 죽음은 어지간한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이란 내부적인 혼란이 어마어마한 것은 물론, 여타 중동 국가들도 이로 인해 자국과 역내의 에너지 인프라 및 미군 기지가 공격당할까 봐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현재 UN에서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뭐, 뭘 하겠습니까. UN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난지 오래되었죠.
아직 상황이 진행중이라 많은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네요. 트럼프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 밝혔기도 했고요. 지난해부터 이란, 베네수엘라, 그리고 하메네이까지, 그야말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해왔던 Peace through Strength가 무엇인지를 계속 목도하고 있네요. 확실한 건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는 것 하나인 것 같습니다.
감기 기운으로 약 먹고 자고 일어났더니, 핸드폰이 아주 그냥 브레이킹 뉴스로 도배가 되어 있더군요.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에 기반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에 있지 않다고 판결함으로써, 국가별 상호 관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여봐란듯이 1974년 무역법의 122조에 기반한 10%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요. 그렇지만 이 법은 최대 150일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적 처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걸 연장하려면 의회의 추가적 입법이 필요한데,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연방의회 의원들이 그렇게 결집할 것 같지는 않고, 선거 이후 의회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럼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1. 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1977년 제정된 이 법은 대통령이 외부에서 미국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이 여러 제재적 경제 행위를 발동할 수 있게 한 법입니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외국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고요, 수출과 수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것에는 대규모 무역 적자, 불공정 무역, 외국의 환율 조작 등이 있었고, 거기에 펜타닐과 같은 마약류 유입 역시 포함시켰습니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가 추가 관세를 맞은 이유죠.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관세’는 IEEPA에서 규정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경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백악관 측에서는 수입 제한의 범주에 관세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대법원은 관세 역시 세금이기에 의회에 주어진 권한이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엄밀히 말하면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옳다 그르다를 따진다기보다, 대통령의 ‘관세 부과’라는 경제 행위가 IEEPA가 대통령에게 부과하는 권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판단인 셈입니다.
2. 그럼 도로 뱉어내야 하나?
앞으로 이와 관련한 환급 소송이 줄을 지을 거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소송은 수입업자들이 IEEPA에 근거한 관세가 불법이라는 주장에서 출발했죠. 그리고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고요. 그런데 판결문에서 환급하라는 명령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이건 법에서 말한 대통령 권한 아니야. 거기까지.’ 돈 돌려주라고는 안 했거든요.
자, 그럼 승소한 수입업자들은 관세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부분을 환급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법적인 부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일단 환급의 길은 열렸지만 당장 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얼마나 걸릴지 또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죠.
수입업자들이 환급을 받으려면 행정부에 요청해야 하는데요, 그게 여의치 않다면 국제무역법원(CIT)을 통해서 소를 제기해야 하겠죠. 예전부터 어른들이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고 했죠. 이렇게 되면 사실 다 끝나서 돈 받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또 소송에 참여한 수입업자들에게만 환급을 할지 아니면 모든 수입업자로 확장할 지, 원금에 대해서만 줄지 아니면 이자까지 줄지 등등,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의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환급을 다 해준다면 미국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행정부는 환급 금액을 최소화하려고 할 거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122조를 통해 시간을 벌고, 다른 관세 관련 조항들을 이용해 관세로 벌어들이는 세수를 충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5년 회계연도에 미국이 관세로 벌어들인 액수가 거의 2,000억 달러 가까이 되는데요, 이는 전년도인 2024년에 비해 두 배 정도 되는 돈이거든요. One Big Beautiful Bill Act와 같은 감세법안까지 통과시켜서 그렇잖아도 세수가 모자라는데, 이걸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다른 법들을 통해 관세 부과할 거라고, 플랜 B 준비되어 있다고 했고요. 무역확장법의 232조나 무역법 301조 등에 대한 꽤 빡센 조사와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통해 총액을 맞추려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3. 그럼 우리는?
일단 상호 관세가 없어지게 되면 나쁘지 않겠죠. (근데 우리는 원래 미국과 FTA를 맺고 있던 국가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의 대미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반도체, 철강 등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품목들은 이번 판결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말씀 드린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IEEPA 관련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기 때문이죠.
한국의 대미수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코 자동차입니다. 자동차만 30%가 넘는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상호관세가 아니라 원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서 25% 관세를 책정했습니다. 그랬다가 한국과의 별도 협의를 통해 15%로 조정된 상태이고, 이게 다른 패키지 딜을 한국이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실제로 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투자법 통과 안 시키고 있다며 다시 25%로 올리겠다고도 했죠. 반도체, 철강, 자동차부품 등 모두 232조와 관련이 있는 거라, 이번 판결이 이들에 부과되는 관세를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닙니다.
위의 품목들 외 나머지 50% 중 꽤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기계류나 전자 제품 등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를 근거로 안보 위협이 있다며 관세를 확대해서 부과한다면, 이 중 반도체 장비나 이를 포함하는 전자제품, 2차전지 등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지금 약이 오를대로 오른 트럼프가 오히려 이걸 지렛대로 들고 미국내 투자를 약속대로 이행하라고 거세게 압박을 할 수도 있고요.
물론 기업마다 체감하는 건 다를 수 있지만, 국가 전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 판결이 한국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거죠.
그런데, 미국이 관세 카드로 들고 있는 것은 232조뿐이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있는데요, 바로 301조입니다.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조항인데, 현재는 중국이 이걸로 때려 맞고 있죠. 일단 301조로 때리겠다고 하면 보복관세의 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무역법 301조 관련 조사와 무역 보복 조치를 요청하는 투자자들의 청원이 들어간 기업이 눈에 들어오네요.
현지시각 2월 13일부터 사흘동안 독일 뮌헨에서 뮌헨 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가 개최되었습니다. 뮌헨 안보회의는 1963년 미국과 나토 국가의 주요 인사들을 모아 시작했는데요, 이후 참가국 숫자와 범위가 확장되어 지금은 세계 최대 안보 포럼으로 꼽히고 있죠. 올해도 60여개국의 정상이나 외교, 국방장관들이 모였습니다.
작년 포럼에서는 J. D. 밴스 부통령이 참가해 유럽을 맹비난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죠. 이번에는 유럽이 칼을 갈고 나온 모습입니다. MSC는 매해 회의 전에 뮌헨 ‘안보 보고서 (Munich Security Report)’를 내는데요, 올해 보고서의 제목이 “Under Destruction”입니다. 좀 너무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전후 80년 동안 세계를 이끌어왔던 ‘질서’가 무너지는 중이라는 뜻이겠죠.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세계는 철구(Wrecking-ball) 정치의 시대로 들어섰다.’
개혁이나 수정, 혹은 외교를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철로 만들어진 공으로 깨부수고 시작하듯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하는 정치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겠죠.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의 안보 정책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NATO 회원국들이 권고안인 GDP의 2%가 아니라 알아서들 3% 이상의 방위비를 책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죠.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나토와 유럽연합을 아우르는 재무장을 위한 공동 방위 펀드를 제안했고,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은 방산 생산능력을 빠른 속도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재무장은 이제 현실입니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extended deterrence)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먼저 폴란드는 나토의 핵 공유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유럽에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 이렇게 다섯 개 국가의 여섯 기지에 나토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는 걸로 ‘추정’되고 있죠. 정확히 몇 발이 있는지 나와 있는 자료가 없지만, 대략 약 100발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이미 두다 전 대통령 시절부터 나토의 핵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죠. 발트 3국 중에서는 에스토니아가 나토가 제공하는 핵 억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싶어하는 의사를 밝혔고요.
중요한 건 독일과 프랑스의 핵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유럽 국가 중 핵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 이렇게 둘이죠.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언제나처럼 유럽의 안보를 프랑스가 이끌고 가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현재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토 국가에는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되어 핵 억지를 제공하고 있죠 (2008년경 영국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철수했었는데, 최근 다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자기들도 유럽 국가들에게 핵 억지를 제공하고 싶은 겁니다.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우리가 핵을 개발하거나 독자적 핵무장을 하지는 않겠지만, 유럽 차원에서의 핵 억지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결국 NATO가 제공하는 공동방위의 핵심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행보에서 정치적 신뢰가 훼손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안보불안까지 이어지면서, 유럽이 자체적으로 백업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거죠.
실제로 뮌헨 안보회의에서 나온 핵 관련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유럽이 핵과 관련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두고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믿고 더 강화할 것인지, 유럽 중심의 핵우산 체계를 새로이 구축할 것인지, 유럽의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핵 억지 체제를 전환하거나, 아니면 재래식 무기를 더 증강시키는 안까지. 이제는 그런 논의가 터부시 되지 않고 오히려 급물살을 타는 느낌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유럽이 더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 질테니, 나쁘지 않겠죠. 다만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대서양 동맹국들의 연결 고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포럼 참석차 독일에 온 루비오 장관이 유럽과의 관계는 중요하다고 달래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병오년 새해까지 하루 남았습니다.
모쪼록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 평화로운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인데, 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어제 일본 중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상원과 하원이 있는 양원제인데요, 중의원은 하원에 해당합니다. 상원은 참의원이라고 하죠.
결과부터 말씀드리죠. 총 465석 중 자민당이 단독으로 316석을 차지했습니다. 과반인 233석은 물론이고, 총 의석의 3분의 2를(310석) 넘는 316석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연정을 맺은 일본유신회의 의석 숫자까지 더하면 총 352석으로, 전후 최대의 압승입니다.
대체로 많은 국가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석 수를 슈퍼 과반(Super majority)이라고 하죠. 일본 역시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이 개헌선입니다 (국민투표의 과정이 있지만요). 그런데 이걸 자민당 혼자서도 달성해 버렸으니.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는 당분간 선거 결과 프리미엄을 누리는 건 물론이고 당내 리더십도 탄탄해지겠네요. 이 정도 성과라면 다카이치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나 아베 전 총리의 2기급의 리더십까지도 꿈꿔볼 것 같습니다.
압승의 이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다카이치의 인기가 많았죠. 한국에서 가끔 다카이치 총리와 내각의 지지율이 낮아진다는 말도 돌았지만,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취임 후 3개월 이상 70% 대의 지지율을 유지했습니다. 올해 들어 1월에는 60%대로 조금 낮아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요.
유권자들이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응원하는 이유를 분석해 놓은 자료들을 읽어봤는데요, 왠지 트럼프 대통령에 환호했던 미국 유권자들이 떠올랐습니다. 강한 여성 리더를 강조하는 동시에 팬덤을 만들어내는 귀여움(?)이 공존한다는 FT의 분석도 흥미로웠고, 집회 현장에서 동원된 지지자들이 아니라 정말로 그녀를 좋아하는 지지자들이 모여서 밈을 만들어내거나 촬영한 영상을 SNS를 통해 퍼뜨리는 것도 그렇고요. 특히나 명문가 세습 정치 엘리트 시스템에 신물이 난 일본 유권자들에게, 중산층 출신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지독한 워커홀릭이라는 서사가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공명당과의 결별이 오히려 득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민당이 오랫동안 연정을 맺어왔던 공명당은 강경보수 자민당의 이미지를 희석해주는 역할을 했죠. 헌법 개정이나 보수적 경제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해왔었는데, 작년 10월 공명당이 연정을 탈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았죠. 오히려 이것이 보수로서의 색채를 선명히 함으로써 득이 되었다는 분석입니다.
대승의 건너편에는 대패가 있죠.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이번에 사실상 신당을 만들어 대응했지만 그야말로 참패를 당했습니다. 선거 전에는 두 정당을 합해 167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49석만 건졌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붕괴 수준이죠. 뭐, 처음부터 성격이 다른 두 정당이 함께 한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고, 아젠다도 선명하지 않고, 내부적 잡음까지 있었고요.
앞으로의 행보
중의원의 3분의 2를 차지한 만큼 헌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헌법 개정안을 의회에서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참의원은 총 248석 중 자민당이 101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유신회나 산세이토를 합해도 많이 모자라죠. 2028년 선거까지는 발의가 쉽지 않을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일반 법안의 경우, 상원이 반대해도 하원 혼자 다시 표결해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재의결선이 3분의 2입니다. 이걸 확보했으니 일반 법률이나 예산 등의 법안은 자민당 혼자의 힘으로 밀어 부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민정책이나 중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한 이민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했죠. 이게 꽤나 일본 유권자들에게 먹혔던 것 같습니다. 작년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방문객이나 이민자를 더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찬성은 26%밖에 되지 않았고 반대가 56%였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이민정책에도 66%의 지지를 보였고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이제는 이민의 문을 잠그는 것이 대세인 듯하네요.
또 한 가지, 대만 개입 언급으로 인해 중국 정부는 일본행 단체 관광을 틀어막는 보복조치를 취했죠. 사실 중국 관광객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본 관광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고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을 거라는 보도들이 많았는데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국민 여론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안보에서 강한 리더의 이미지를 굳혀서 플러스였고, 보수와 중도층 결집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있었고요. 사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관광객도 다각화되었고 중국 관광객의 영향이 예전처럼 치명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히려 오버투어리즘에 몸살을 앓고 있던 참이라 잘 됐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어제의 대승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일본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때마다 무당층이 40% 이상 나올 정도로 정당 일체감이 낮은 걸로 유명하죠. 또 리더나 경제 상황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의 폭이 크기 때문에, 결국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안보와 경제를 얼마나 잘 이끌어갈 지 더 중요해진 상황이죠. 이젠 핑계 댈 곳도 없어서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지라.
김지윤의 지식Play
Leave No Man Behind
첫 글을 올린 후에 바로 격추되었던 F-15E에 타고 있던 두 번째 무장통제관(WSO)까지 구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투기에서 탈출한 조종사나 군인이 살아 있을 확률은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집니다. 물론 조종사의 상태나 떨어진 곳의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요. 사출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해상이나 추운 곳으로 떨어지면 저체온증이나 익사의 위험도 있고요. 그래서 첫 몇 시간이 그야말로 골든 타임이라고 하죠. 어쨌든, 두 사람 모두 구출해 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은 대단히 큰 고비를 넘긴 셈입니다.
그런데, 이 한 명을 구조하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이란이 미군을 포로로 확보하게 되면 엄청난 협상 카드가 되기 때문에, 양쪽 모두 필사적으로 찾아 나서야 했죠. 결국 미국이 구조에 성공했지만, 이 두 명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A-10도 격추 당하고 HH-60도 피격돼 손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C-130 수송기 두 대는 폭파시킨 후 버리고 와야 했다고 하고요. 복수의 언론 매체에서 작전에 투입된 특수부대원만 수백 명이라고 하고, 수십 대의 항공기, CIA까지 총동원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죠.
물론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이란에 포로로 잡히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란도 기를 쓰고 그를 잡으려 했고요. 하지만, 저러다가 구조대가 습격을 당하거나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사실 ‘전우를 남겨 놓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는 신조는 미군의 오랜 신조입니다. 기원으로 보는 건 1759년 프랑스-인디언 전쟁 당시 로버트 로저스 소령의 원칙이라고 하고요. 미군 교리에 등장하면서 제도화된 것은 1974년 제1레인저 대대가 창설되면서입니다. 당시 ‘레인저 신조(Ranger Creed)’ 를 작성할 때 이 문장을 명시한 거죠.
“I will never leave a fallen comrade to fall into the hands of the enemy. (나는 절대로 쓰러진 전우를 적의 손에 남겨두고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신조는 2003년 11월, ‘전사 신조(Soldier’s Creed)’의 핵심 철학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생존자를 구조하고, 부상자를 회수하고, 전사자의 경우는 유해를 수습한다는 원칙이 포함됩니다. 미국이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지금까지도 발굴하고 송환하려 애쓰는 것 역시, 이런 ‘전우를 끝까지 데려온다’는 전통과 맞닿아 있습니다.
간혹 훈련시키는 데 엄청난 돈이 드는 전투기 조종사나 특수부대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지만, 전군 전체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다만 조종사 구출이 여러가지로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눈에 띄어서 그렇죠. 예를 들어 일반 보병일 경우, 보통은 아군 부대원과 함께 움직이니까 부상을 당해도 상대적으로 빨리 발견하고 바로 데리고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는 이번처럼 격추되면 적진 한복판에 고립되기 마련이죠. 그러다보니 조종사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특수부대, 전투기, 수송기 등이 투입되는 구출작전이 필요하게 되죠.
사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게 과연 꼭 지켜야만 하는 걸까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전시 전략이나 전술을 수립하고 진행할 때 이 원칙을 지키다가 더 큰 희생을 치르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니까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 당시 <블랙 호크 다운>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이 원칙을 버리지 않는 것은 이 원칙이 주는 정신적, 심리적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나는 버려지지 않는다’ 혹은 ‘국가와 전우가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라는 믿음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곧 전투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또한 전우를 위해 목숨을 거는 군대 문화는 부대의 사기를 올리고 결속력을 단단하게 하고요.
저는 군사 전문가는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이번 작전이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작전이었다고 하네요. (솔직히 저 같은 막눈이 봐도 보통 일은 아니었던 듯 해요.) 미국이 꽤 큰 물리적 비용을 치른 것은 맞지만, 두 사람을 구해옴으로써 얻은 것이 훨씬 커 보이는 건 저뿐일까요.
p.s. 원래 쓰기로 했던 법적인 이야기와 인도 태평양 지역 내용은... 영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더 쓰다간 피디님한테 혼날 듯.
2 months ago (edited) | [YT] | 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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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헤어질 결심?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화가 나 있는 게 유럽이죠. 그렇잖아도 나토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르는데, 이번에 단단히 배신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스페인은 이란 전쟁 관련 미군기에 영공을 폐쇄했고, 영국은 너네 전쟁에 왜 우리가 가냐고 했고, 프랑스는 심지어 호르무즈 해협 무력 사용 허가 문제에 중국, 러시아와 함께 반대입장을 표하기도 했죠.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지금보다 컸던 때라면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침공할 때 정도밖에는 생각이 안 나네요.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불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미국의 유럽에 대한 불만은 이전부터 상당히 누적되어 왔습니다. 트럼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란 거죠.
냉전이 끝나자마자 미국 내에서는 공산블록도 사라졌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돈을 많이 내야 하냐는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이미 그 때부터 유럽국가들이 이젠 돈도 많으면서 안보는 미국한테 맡기고 무임 승차한다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유럽은 유럽대로 이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유럽만의 독자적인 안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목소리를 높였던 국가는… 네, 다들 짐작하시다시피 프랑스였죠. 프랑스, 나름 일관성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나토가 유럽에 존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전 초기 유럽은 미국 개입 없이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던 거에요. 끔찍한 인종청소와 내전을 군사적은 물론 외교적으로도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무능함만 보여줬죠. 결국 미국이 개입하고 나서야 끝이 납니다. 큰소리 뻥뻥 치더니 유럽 내에서 난 불도 끄지 못하는 현실을 체감한 거죠.
이후 미국 정치권과 군 수뇌부는 ‘유럽은 능력도 안 되면서 입만 턴다’는 냉소적인 인식을 슬슬 갖게 되는데, 그 인식에 쐐기를 박은 게 2011년 리비아 사태입니다. 아랍의 봄 여파로 일어난 리비아 내전 초기,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막겠다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나섭니다.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군사 개입을 주장하며, 특히 프랑스가 아주 적극적이었죠. 북아프리카에 대한 그들의 ‘우리 앞마당’ 정서도 작용했을 겁니다. 반면 미군 수뇌부는 리비아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었고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악몽이 떠올랐겠죠.
결국 미국은 ‘Leading from behind’라 불리는 소극적 개입을 하게 되는데요, 토마호크 미사일을 100기 넘게 발사해서 리비아의 방공망을 제거해줍니다. 그리고 뒤로 빠지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개전 한 달 만에 SOS를 칩니다. 정밀유도탄과 순항미사일이 부족하다면서요. 미국측에서는 이정도 작전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군사력이 바닥인거냐며 어처구니없어 했죠.
더 큰 문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카다피가 사살되고 정권이 붕괴된 이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결국 리비아는 무정부상태가 되어 수많은 난민을 낳았고, 이듬해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외교공관과 인근 CIA 시설이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대사 포함 4명이 사망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한 결정 중 가장 후회하는 것이 리비아 사태 이후를 준비 못한 채 개입했던 것이었다고도 밝힐 만큼, 이 사건은 미국이 유럽을 바라보는 시각에 꽤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정치권과 군이 바라보는 유럽은 ‘군사적으로 무능하고 의욕만 앞서는데 결국엔 우리한테 ‘해줘’하고 손 내미는 놈들.’ (과한 표현 죄송합니다. 전 유럽 좋아해요. 걍 미국에서 보는 시각이라고요.)
그러니까 유럽의 나토국가들에 대한 감정의 골은 사실 트럼프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꽤 오랫동안 미국 정치권에서 깊게 패여 왔던 거죠.
그럼 과연 대서양 동맹은 이대로 끝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법적으로 의회 허락 없이 대통령 맘대로 끝내지 못 한다던데 과연 그런지,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은 어떻게 되는건지?
글이 길어져서 다음편으로 계속하겠습니다.
2 months ago | [YT] | 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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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온다.
정말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란 가득했던 대국민 연설 이후 주말에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공비행을 하던 F-15가 격추되었죠. 타고 있던 조종사와 무기체계담당관 중 조종사는 구조가 되었습니다만, 무기체계담당관은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구조를 위해 수색 중이라는 뉴스가 들어와 있고요.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부터 보죠. 여러가지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2-3주 더 무시무시한 공격을 하겠다는 공언, 이란 해군과 공군 능력은 궤멸되었다 등등.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며 지적하고 있는데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석기시대니 뭐니 그런 자극적인 말보다 귀에 들어온 것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한 언급이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한 나라들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있었죠. 첫째, 미국 석유를 사라. 우리 석유 많다. 둘째, 늦은 감은 있지만 용기내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해라. 알아서들 석유도 운송들 하고. 이란은 사실상 초토화된 상황이니까.
아니, 들쑤셔 놓은 게 누군데 저러고 그냥 간다고?
항행의 자유
무책임한 듯한 이 발언은 사실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가 그걸 알고 이런 말을 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941년 처칠과 루스벨트가 서명한 아틀란틱 헌장에서 일곱번째 조항으로 명시한 것이 공해에서의 항행의 자유였습니다. 미국은 제국주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유무역의 질서로 갈아엎으려 했죠. 그리고 자국의 상선이 타국이나 적국의 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해상 교역을 하기 위해서는 함대의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 ‘항행의 자유’는 미국 배들만 보호하는 슬로건이 아니었습니다. ‘자유 무역’에 ‘항행의 자유’라는 말까지 붙었으니까요. 전후 미국 해군이나 외교 안보 담론을 보면, 국적을 불문한 공해 상 상선보호 원칙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미국의 동맹 국가의 선박 및 핵심 해역에서의 항행은 적극적으로 보호해온 영역입니다. 또한 미군이 전 세계 어디든 병력과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는 해상로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항행의 자유’는 매우 중요한 원칙이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80년 동안 세계는 미국 함대가 경비를 서는 바다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교역을 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온 셈이죠.
그런데 이게 당연하지만 엄청 돈이 드는 일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패권 유지 비용이라고도 했고, 어떤 이들은 미국이 패권국으로서 제공하는 글로벌 공공재라고 했습니다. 항모전단 1년 운용 비용이 수십억 달러입니다. 미국은 총 11개 항모전단을 가지고 있고 통상 3-4개가 항상 해외에 전진 배치되어 있죠. 그래서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미국 함대의 존재를 미국 패권의 상징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이거 그만둘 테니 알아서 하라는 거죠.
‘Go to the strait and just take it.’
단순히 열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을 큰 줄기로 본다면, 이 패권 비용을 치르는 것에 미국이 지친 것 같아 보입니다. 물론, 그 비용을 미국이 아니라 특정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가 필요한 나라가 ‘비용을 치르고’ 미국에게 부탁하면 들어줄 용의가 있어 보이고요.
그리고 이 말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동맹 재편이 거의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나토가 떠오르지만, 한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관련 이야기는 이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2 months ago (edited) | [YT] | 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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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이 전쟁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는 무엇일까? 2/2
사실 이란의 쿠르드 조직들은 이란과의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 쪽에 본진을 구축해 피신해 있습니다. 이란 중앙정부의 감시와 탄압으로 인해 훈련, 보급, 정치 조직들을 이란 내에서 운영하기 어려웠고, 접경 부근인 이라크 북부의 이라크 쿠르드 자치령이 은신처로도 적당했던 거죠.
일단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는 최대한 이 사태에 관여하지 않으려 합니다. 잘못하다가 이란한테 얻어맞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PAK 등 이란 쿠르드의 반군 병력 일부가 접경 지역에서 대기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조차 경계하며 단 한 명도 국경 안 건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게다가 혹여 미국이 지금 이란 정권을 흐지부지 놔두고 전쟁을 끝내 버리면 그야말로 이란으로부터 피의 보복이 있을테니, 미리 이란의 보복 공격을 받을까 봐 몸을 사리는 거죠.
반면 이란 쿠르드 조직들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오면 출동할 태세이긴 합니다. 미국이 접촉했다고 보도가 나온 이란 쿠르드 반군 조직 중 PAK의 간부들은 직접 인터뷰도 했죠. 다만 미국의 지상군 투입이 있으면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나가 총알받이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의지는 충만합니다.
그런데, 쿠르드 반군이 뭘 할 수 있을까? 이란 쿠르드 반군의 숫자는 다 합해서 대략 5,000명에서 8,000 안쪽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정규군을 상대로 싸울 병력이 되지 않습니다. 시리아 SDF처럼 대규모 작전의 경험이나 중장비가 축적된 것도 아니고, 테헤란 진격 – 이런거 하기는 무리입니다.
다만 이들이 투입되면 일종의 비대칭전력으로 이란군과 혁명수비대를 서쪽에서 압박하는 역할을 할 순 있겠죠. 지금 이란은 방공망도 뚫렸다고 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여러 군사시설 방어에 정신이 없는데, 서쪽 국경지역까지 골치 아파지면 버거울테니까요. 더불어 중앙의 통제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진다면 시위나 봉기가 일어날 여지를 줄 수도 있겠고요.
사실 이란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페르시아계가 약 60%정도 되고 아제르바이잔계가 16%정도, 쿠르드 10%, 루르 약 6%, 발루치 2% 등. 발루치처럼 독립하겠다고 꽤 목소리를 높여온 민족도 있고, 아제리처럼 중앙 정부에 진출한 민족도 있고 다양합니다 (현 대통령 페제쉬키안도 아제리계죠). 쿠르드쪽부터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독립이나 자치권을 요구하면, 중앙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PJAK처럼 PKK와 연계가 있는 걸로 의심되는 조직도 있기 때문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는 튀르키예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쿠르드족는 역사적으로 미국을 도와줬다가 버림받은 기억이 있죠.
다른 민족들도 나섰다가 자칫 피비린내 나는 내전으로 휘몰아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 그리고 걸프국가들이 원하는 결과는 아닙니다. 특히 걸프국가들은 지역 질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중동의 미래를 추구해왔죠. UAE가 걸어가는 그 길 처럼요. 미국도 최대한 중동 불안정을 축소하고 매 사건마다 미국이 들어가서 개입하고 중재하는 거 안 하고 싶어서 작전을 펼친 건데, 내전에 쑥대밭이 되면 안 건드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쿠르드족 도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랬다가 이틀만에 마음을 바꾼 건데요, 뭐 연막전일 수도 있겠죠. 내일 당장 또 쿠르드가 함께 한다고 외칠수도…
그런데 연막전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포인트가 이스라엘과 조금 다른 트랙을 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쿠르드족 개입시키는 것에 훨씬 적극적이었던 건 이스라엘이었습니다. 미국은 그냥 만지작거리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양새였고요. 이스라엘은 이란에서 이판사판 난리나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라고 들었습니다. 뭐 탄도미사일 없애고 난 후, 이란이 오랫동안 분열되고 극심한 분열을 겪으면 오히려 좋다는 태도랄까요. 정권 교체든 체제 붕괴든.
이란 공격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흘러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시간을 끌어서라도 이란이 마비되고 붕괴되는 상태를 선호할 것이고, 미국과 걸프국가들은 훨씬 약한 정부를 유지하되 지역 안정까지 건드리지 않을 수준의 상태를 원할 것이라고요. 그래서 결국 언제까지 전쟁을 치를지, 또 어떤 전략을 택하고 마지막 목적지를 어떻게 정할 지에서 두 국가 간에 불협화음이 있을 수 있다는 거였죠.
한 가지 와닿는 부분은 이제 미국도 질서나 체면, 명분 같은 거 신경 쓰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쟁을 하거나 군사작전을 할 때, 미국은 최소한의 ‘명분’을 가지고 들어가곤 했습니다. 설사 위선적이라 하더라도요. 이제는 그런 거 필요 없다는 것처럼 보이네요.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쟁에 대해 궁금하시고 질문을 주시는데요, 지난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군사 전문가도 중동 전문가도 아닙니다. 해당 지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있어야 현지 소식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을텐데,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지금까지 나온 언론, 싱크탱크 전문가들, 미국 쪽 인사들을 통해 나름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한 수준입니다. 오늘도 글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정리된 내용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끄적 끄적 적어봤습니다.
그저 하나의 의견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모두 평안한 주말 밤 되시고, 내일 활기찬 한 주 시작하시길 기원합니다.
3 months ago (edited) | [YT] | 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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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이 전쟁의 엔드 스테이트(End State)는 무엇일까? 1/2
전쟁 발발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유가는 급등했고, 이란이 주변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서 지역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네요. 오늘 에어포스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기자들의 짧은 Q&A가 있었는데, 그 내용을 좀 올려보려 합니다.
기자들과의 대화를 요약하면 군사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란의 해군과 공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했죠.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라며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할 수도 있고.. 정도의 모호한 대답을 했고요.
애초 미국이 이야기한 정권 교체가 목표라면 지상군 투입 없이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정권 교체(regime change)는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겠죠. 하지만 지상군 투입은 강한 미국내 저항을 받을 터라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족 반군을 지상군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계획이 흘러나왔었는데요, 이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생각이 없다고 했죠.
사실 쿠르드족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정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하는 바람에 ㅠㅠ 그런데 어차피 썼던 거, 마저 쓰고 한 번 의미를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약 3-4,00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걸쳐 살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분파도 이름도 성향도 다 달라서 아주 rough하게 정리해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튀르키예
튀르키예에 있는 대표적인 쿠르드 조직은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PKK입니다. 1980년대 이후 튀르키예 군과 관공서, 관광시설에 테러 공격을 감행해서 민간인 피해도 많이 낸 과격한 단체죠. 당연히 튀르키예 정부는 이를 갈고 있고 미국, EU 역시 모두 테러집단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2025년에는 무장투쟁을 종료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뒤, 튀르키예 정부와 정치적 협상 중입니다.
2. 시리아
시리아 북동부에는 SDF, 그리고 그 핵심 세력인 YPG가 있죠. SDF는 이념적으로도 PKK와 가깝고 튀르키예에서는 이들을 PKK의 시리아 지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IS 격퇴할 때 핵심 파트너였던 조직이 바로 또 이 SDF이기도 하죠. 덕분에 전투에는 베테랑들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2019년 IS 소탕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헌신짝처럼 버려서 튀르키예의 공격 앞에 무방비 상태로 내버린 쿠르드 반군이 이들입니다. 시리아 아사드 정권 붕괴 후 들어선 현 정부와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국가 체계로 편입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3. 이라크
이라크의 쿠르드족은 2005년 이라크 헌법을 통해 자치 정부로서의 법적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쿠르디스탄 자치령 정부(KRG)에는 KDP, PUK같은 정당들이 있고, 페쉬메르가라고 하는 무장세력을 두고 있죠. 이들은 반군이라기 보다 자치정부의 준정규군에 가깝습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이후 중앙정부의 힘이 빠진 사이 사실상 자치를 해왔습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신헌법을 통해 제도화가 되었고, 2005년 헌법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치권을 인정받았죠. 그래서인지 미국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편이고, IS 격퇴전 시에도 일정 부분 기여를 했습니다.
4. 이란
이란의 쿠르드는 이라크 국경과 맞닿은 이란 서부 지역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란에는 꽤 여러 개의 반체제 쿠르드 무장조직들이 있는데, 이들이 느슨한 형태로 연합, 공조하고 있죠. 이들 중 핵심집단으로 꼽히는 조직이 PJAK, PDKI(KDPI), PAK인데요, 이중 PJAK는 튀르키예에서 경계하는 PKK와 연계되어 있다고 하죠.
쿠르드족의 목소리를 높이고 권한을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계파마다 또 그 안에서도 성향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다릅니다. 쿠르드 국가 건국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현실적으로 자치권만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체제가 약화되어 있는 와중에 쿠르드 자치와 정치적 지분을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겠네요.
며칠동안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쿠르드 반군이 이미 국경을 건너서 들어왔다는 둥, 참전 안하고 중립을 지키겠다는 둥. 그리고 이 와중에 이란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습니다. 아니, ‘국경’을 넘었다는 무슨 이야기인지, 또 이란은 이란 쿠르드도 아니고 왜 '이라크' 쿠르드를 공격한 거지?
3 months ago (edited) | [YT] |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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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장대한 분노 작전 <Operation of Epic Fury>.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공습 뉴스를 들었을 땐 결국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제네바에서 오만 중재로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간접 핵협상이 2월 6일 재개된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협상 라운드가 진행되었죠. 이란과 오만측에서는 매 라운드마다 진전이 있었다고 했고요. 문제는 미국 측에서 반응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아니, 흘러나오는 이야기로는 전혀 진전이 없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다른 옵션도 있다는 식으로 군사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죠.
2월 26일 전후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를 방문한 뒤 마라라고로 향했고, 밴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을 방문했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장기전은 없다는 발언을 했고, 지역 행사와 유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후 워싱턴 DC로 돌아왔고요. 루비오 장관은 워싱턴 DC에서 비공개 이란 브리핑을 정보위의 상하원 의원들(Gang of Eight)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뭔가 일이 있으려나.. 하는 추측만 가능한 상황. 언론에서는 협상이 잘 되어가는 듯한 오만과 이란측 메시지는 전달했지만, 정작 미국측 반응은 그다지 상세하게 나오진 않았습니다.
뭔가 벌어질 것 같지만 아직은 조용한 상황에서, 현지 시각 아침에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공습이라면 밤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살짝 긴장을 푼 상태를 노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군사력을 중동 쪽에 투사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이정도 군사력을 동원했으면, 협상에서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이상 물러서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2003년이나 1991년 걸프전때보다는 적은 규모였으므로, 지상군 작전이나 대규모 전쟁을 치르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CSIS에서는 1998년 이라크의 주요 시설을 폭격하고 빠졌던 ‘사막의 여우(Desert Fox)’작전 스타일에 가깝다고 평가했는데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중동에 지상군이 들어간다는 건 정치적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지금 모양새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일종의 분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규모 전투기가 출격해 군 시설, 정보 기구, 정부 등 광범위한 타격하고 주요 수뇌부를 참수하는 작전은 이스라엘이 맡았습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무려 500여개 타겟을 겨냥했다고 하죠. 그리고 첫 공습이 쏟아진 곳이 하메네이의 거주지 근처였던 것을 봐서, 하메네이 참수작전이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방공, 지휘체계 마비, 장거리 타격 등을 통해, 공격 후 이란이 이스라엘, 미군 기지, 걸프 국가들을 향해 취할 보복능력을 제거 내지는 약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요.
그리고 오늘 아침 들려온 하메네이 사망 소식.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측에서 먼저 발표했지요. 이란 측에서 현장에서 지휘 중이라며 부정하더니, 방금 이란 국영TV에서 그의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딸을 비롯한 가족들도 수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요. 이란은 하메네이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7일 공휴일과 더불어 40일 추모기간을 발표했습니다. 아마 다른 수뇌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부도 꽤 사망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아서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 6월 승계라인 후보자들을 세 명 정도 추려놨다는데, 마무리를 짓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 명의 후보자는 사법부 수장인 골람 후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하메네이의 부비서실장이자 핵심 실세인 알리 아스가르 헤자즈, 그리고 개혁파로 분류되는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입니다. 여기에 일부 성직자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자신의 아들 무즈타바는 하메네이가 일단은 세습은 하지 않는다고 말해온 바가 있어서 공식 후보군에서는 제외되긴 했지요. (그러나 누가 압니까…)
워낙에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하메네이의 죽음은 어지간한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이란 내부적인 혼란이 어마어마한 것은 물론, 여타 중동 국가들도 이로 인해 자국과 역내의 에너지 인프라 및 미군 기지가 공격당할까 봐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현재 UN에서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뭐, 뭘 하겠습니까. UN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난지 오래되었죠.
아직 상황이 진행중이라 많은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네요. 트럼프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 밝혔기도 했고요. 지난해부터 이란, 베네수엘라, 그리고 하메네이까지, 그야말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해왔던 Peace through Strength가 무엇인지를 계속 목도하고 있네요. 확실한 건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는 것 하나인 것 같습니다.
좀 더 지켜보고 미국내 반응과 정리된 내용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3 months ago | [YT] | 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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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 – 관세는 끝난 거?
감기 기운으로 약 먹고 자고 일어났더니, 핸드폰이 아주 그냥 브레이킹 뉴스로 도배가 되어 있더군요.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에 기반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에 있지 않다고 판결함으로써, 국가별 상호 관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여봐란듯이 1974년 무역법의 122조에 기반한 10%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요. 그렇지만 이 법은 최대 150일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단기적 처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걸 연장하려면 의회의 추가적 입법이 필요한데,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연방의회 의원들이 그렇게 결집할 것 같지는 않고, 선거 이후 의회 구성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럼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1. IEEPA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1977년 제정된 이 법은 대통령이 외부에서 미국에 대한 위협이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이 여러 제재적 경제 행위를 발동할 수 있게 한 법입니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외국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고요, 수출과 수입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것에는 대규모 무역 적자, 불공정 무역, 외국의 환율 조작 등이 있었고, 거기에 펜타닐과 같은 마약류 유입 역시 포함시켰습니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가 추가 관세를 맞은 이유죠.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관세’는 IEEPA에서 규정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경제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백악관 측에서는 수입 제한의 범주에 관세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대법원은 관세 역시 세금이기에 의회에 주어진 권한이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엄밀히 말하면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옳다 그르다를 따진다기보다, 대통령의 ‘관세 부과’라는 경제 행위가 IEEPA가 대통령에게 부과하는 권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판단인 셈입니다.
2. 그럼 도로 뱉어내야 하나?
앞으로 이와 관련한 환급 소송이 줄을 지을 거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소송은 수입업자들이 IEEPA에 근거한 관세가 불법이라는 주장에서 출발했죠. 그리고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고요. 그런데 판결문에서 환급하라는 명령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이건 법에서 말한 대통령 권한 아니야. 거기까지.’ 돈 돌려주라고는 안 했거든요.
자, 그럼 승소한 수입업자들은 관세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부분을 환급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법적인 부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일단 환급의 길은 열렸지만 당장 받을 수는 없을 겁니다. 사실 얼마나 걸릴지 또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죠.
수입업자들이 환급을 받으려면 행정부에 요청해야 하는데요, 그게 여의치 않다면 국제무역법원(CIT)을 통해서 소를 제기해야 하겠죠. 예전부터 어른들이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고 했죠. 이렇게 되면 사실 다 끝나서 돈 받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릅니다. 또 소송에 참여한 수입업자들에게만 환급을 할지 아니면 모든 수입업자로 확장할 지, 원금에 대해서만 줄지 아니면 이자까지 줄지 등등,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의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환급을 다 해준다면 미국 정부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에 행정부는 환급 금액을 최소화하려고 할 거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122조를 통해 시간을 벌고, 다른 관세 관련 조항들을 이용해 관세로 벌어들이는 세수를 충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25년 회계연도에 미국이 관세로 벌어들인 액수가 거의 2,000억 달러 가까이 되는데요, 이는 전년도인 2024년에 비해 두 배 정도 되는 돈이거든요. One Big Beautiful Bill Act와 같은 감세법안까지 통과시켜서 그렇잖아도 세수가 모자라는데, 이걸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다른 법들을 통해 관세 부과할 거라고, 플랜 B 준비되어 있다고 했고요. 무역확장법의 232조나 무역법 301조 등에 대한 꽤 빡센 조사와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통해 총액을 맞추려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3. 그럼 우리는?
일단 상호 관세가 없어지게 되면 나쁘지 않겠죠. (근데 우리는 원래 미국과 FTA를 맺고 있던 국가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의 대미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반도체, 철강 등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 품목들은 이번 판결과 별 상관이 없습니다. 말씀 드린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IEEPA 관련한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브레이크를 건 것이기 때문이죠.
한국의 대미수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단연코 자동차입니다. 자동차만 30%가 넘는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자동차는 상호관세가 아니라 원래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서 25% 관세를 책정했습니다. 그랬다가 한국과의 별도 협의를 통해 15%로 조정된 상태이고, 이게 다른 패키지 딜을 한국이 이행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실제로 1월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투자법 통과 안 시키고 있다며 다시 25%로 올리겠다고도 했죠. 반도체, 철강, 자동차부품 등 모두 232조와 관련이 있는 거라, 이번 판결이 이들에 부과되는 관세를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닙니다.
위의 품목들 외 나머지 50% 중 꽤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기계류나 전자 제품 등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를 근거로 안보 위협이 있다며 관세를 확대해서 부과한다면, 이 중 반도체 장비나 이를 포함하는 전자제품, 2차전지 등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지금 약이 오를대로 오른 트럼프가 오히려 이걸 지렛대로 들고 미국내 투자를 약속대로 이행하라고 거세게 압박을 할 수도 있고요.
물론 기업마다 체감하는 건 다를 수 있지만, 국가 전반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번 판결이 한국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거죠.
그런데, 미국이 관세 카드로 들고 있는 것은 232조뿐이 아닙니다. 한 가지 더 있는데요, 바로 301조입니다.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조항인데, 현재는 중국이 이걸로 때려 맞고 있죠. 일단 301조로 때리겠다고 하면 보복관세의 대상은 제한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 무역법 301조 관련 조사와 무역 보복 조치를 요청하는 투자자들의 청원이 들어간 기업이 눈에 들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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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ths ago (edited) | [YT] | 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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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이 붙는 유럽의 핵무장 논의
현지시각 2월 13일부터 사흘동안 독일 뮌헨에서 뮌헨 안보회의(Munich Security Conference)가 개최되었습니다. 뮌헨 안보회의는 1963년 미국과 나토 국가의 주요 인사들을 모아 시작했는데요, 이후 참가국 숫자와 범위가 확장되어 지금은 세계 최대 안보 포럼으로 꼽히고 있죠. 올해도 60여개국의 정상이나 외교, 국방장관들이 모였습니다.
작년 포럼에서는 J. D. 밴스 부통령이 참가해 유럽을 맹비난하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죠. 이번에는 유럽이 칼을 갈고 나온 모습입니다. MSC는 매해 회의 전에 뮌헨 ‘안보 보고서 (Munich Security Report)’를 내는데요, 올해 보고서의 제목이 “Under Destruction”입니다. 좀 너무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전후 80년 동안 세계를 이끌어왔던 ‘질서’가 무너지는 중이라는 뜻이겠죠.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세계는 철구(Wrecking-ball) 정치의 시대로 들어섰다.’
개혁이나 수정, 혹은 외교를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철로 만들어진 공으로 깨부수고 시작하듯 완전히 새로운 설계를 하는 정치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겠죠.
유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미국의 안보 정책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NATO 회원국들이 권고안인 GDP의 2%가 아니라 알아서들 3% 이상의 방위비를 책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죠.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나토와 유럽연합을 아우르는 재무장을 위한 공동 방위 펀드를 제안했고,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은 방산 생산능력을 빠른 속도로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재무장은 이제 현실입니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extended deterrence)에 얼마나 의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먼저 폴란드는 나토의 핵 공유를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유럽에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 이렇게 다섯 개 국가의 여섯 기지에 나토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는 걸로 ‘추정’되고 있죠. 정확히 몇 발이 있는지 나와 있는 자료가 없지만, 대략 약 100발 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이미 두다 전 대통령 시절부터 나토의 핵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죠. 발트 3국 중에서는 에스토니아가 나토가 제공하는 핵 억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싶어하는 의사를 밝혔고요.
중요한 건 독일과 프랑스의 핵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유럽 국가 중 핵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영국과 프랑스, 이렇게 둘이죠.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언제나처럼 유럽의 안보를 프랑스가 이끌고 가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현재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토 국가에는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되어 핵 억지를 제공하고 있죠 (2008년경 영국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철수했었는데, 최근 다시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자기들도 유럽 국가들에게 핵 억지를 제공하고 싶은 겁니다.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우리가 핵을 개발하거나 독자적 핵무장을 하지는 않겠지만, 유럽 차원에서의 핵 억지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결국 NATO가 제공하는 공동방위의 핵심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행보에서 정치적 신뢰가 훼손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안보불안까지 이어지면서, 유럽이 자체적으로 백업플랜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거죠.
실제로 뮌헨 안보회의에서 나온 핵 관련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유럽이 핵과 관련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두고 자세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을 믿고 더 강화할 것인지, 유럽 중심의 핵우산 체계를 새로이 구축할 것인지, 유럽의 핵 보유국인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핵 억지 체제를 전환하거나, 아니면 재래식 무기를 더 증강시키는 안까지. 이제는 그런 논의가 터부시 되지 않고 오히려 급물살을 타는 느낌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유럽이 더 책임을 지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 질테니, 나쁘지 않겠죠. 다만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대서양 동맹국들의 연결 고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포럼 참석차 독일에 온 루비오 장관이 유럽과의 관계는 중요하다고 달래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병오년 새해까지 하루 남았습니다.
모쪼록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 평화로운 한 해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인데, 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구독자님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months ago (edited) | [YT] |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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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본이 다가온다
오랜만에 글로 찾아뵙습니다.
어제 일본 중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상원과 하원이 있는 양원제인데요, 중의원은 하원에 해당합니다. 상원은 참의원이라고 하죠.
결과부터 말씀드리죠. 총 465석 중 자민당이 단독으로 316석을 차지했습니다. 과반인 233석은 물론이고, 총 의석의 3분의 2를(310석) 넘는 316석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연정을 맺은 일본유신회의 의석 숫자까지 더하면 총 352석으로, 전후 최대의 압승입니다.
대체로 많은 국가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석 수를 슈퍼 과반(Super majority)이라고 하죠. 일본 역시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이 개헌선입니다 (국민투표의 과정이 있지만요). 그런데 이걸 자민당 혼자서도 달성해 버렸으니. 사나에 다카이치 총리는 당분간 선거 결과 프리미엄을 누리는 건 물론이고 당내 리더십도 탄탄해지겠네요. 이 정도 성과라면 다카이치 총리는 고이즈미 전 총리나 아베 전 총리의 2기급의 리더십까지도 꿈꿔볼 것 같습니다.
압승의 이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다카이치의 인기가 많았죠. 한국에서 가끔 다카이치 총리와 내각의 지지율이 낮아진다는 말도 돌았지만,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취임 후 3개월 이상 70% 대의 지지율을 유지했습니다. 올해 들어 1월에는 60%대로 조금 낮아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요.
유권자들이 그녀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응원하는 이유를 분석해 놓은 자료들을 읽어봤는데요, 왠지 트럼프 대통령에 환호했던 미국 유권자들이 떠올랐습니다. 강한 여성 리더를 강조하는 동시에 팬덤을 만들어내는 귀여움(?)이 공존한다는 FT의 분석도 흥미로웠고, 집회 현장에서 동원된 지지자들이 아니라 정말로 그녀를 좋아하는 지지자들이 모여서 밈을 만들어내거나 촬영한 영상을 SNS를 통해 퍼뜨리는 것도 그렇고요. 특히나 명문가 세습 정치 엘리트 시스템에 신물이 난 일본 유권자들에게, 중산층 출신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지독한 워커홀릭이라는 서사가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공명당과의 결별이 오히려 득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민당이 오랫동안 연정을 맺어왔던 공명당은 강경보수 자민당의 이미지를 희석해주는 역할을 했죠. 헌법 개정이나 보수적 경제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해왔었는데, 작년 10월 공명당이 연정을 탈퇴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았죠. 오히려 이것이 보수로서의 색채를 선명히 함으로써 득이 되었다는 분석입니다.
대승의 건너편에는 대패가 있죠.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이번에 사실상 신당을 만들어 대응했지만 그야말로 참패를 당했습니다. 선거 전에는 두 정당을 합해 167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49석만 건졌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붕괴 수준이죠. 뭐, 처음부터 성격이 다른 두 정당이 함께 한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고, 아젠다도 선명하지 않고, 내부적 잡음까지 있었고요.
앞으로의 행보
중의원의 3분의 2를 차지한 만큼 헌법 개정안을 밀어붙이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헌법 개정안을 의회에서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참의원은 총 248석 중 자민당이 101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유신회나 산세이토를 합해도 많이 모자라죠. 2028년 선거까지는 발의가 쉽지 않을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다만 일반 법안의 경우, 상원이 반대해도 하원 혼자 다시 표결해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재의결선이 3분의 2입니다. 이걸 확보했으니 일반 법률이나 예산 등의 법안은 자민당 혼자의 힘으로 밀어 부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민정책이나 중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강경한 이민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했죠. 이게 꽤나 일본 유권자들에게 먹혔던 것 같습니다. 작년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방문객이나 이민자를 더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찬성은 26%밖에 되지 않았고 반대가 56%였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이민정책에도 66%의 지지를 보였고요.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이제는 이민의 문을 잠그는 것이 대세인 듯하네요.
또 한 가지, 대만 개입 언급으로 인해 중국 정부는 일본행 단체 관광을 틀어막는 보복조치를 취했죠. 사실 중국 관광객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본 관광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고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을 거라는 보도들이 많았는데요.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국민 여론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안보에서 강한 리더의 이미지를 굳혀서 플러스였고, 보수와 중도층 결집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있었고요. 사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관광객도 다각화되었고 중국 관광객의 영향이 예전처럼 치명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히려 오버투어리즘에 몸살을 앓고 있던 참이라 잘 됐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어제의 대승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일본 유권자들은 여론조사때마다 무당층이 40% 이상 나올 정도로 정당 일체감이 낮은 걸로 유명하죠. 또 리더나 경제 상황에 따라 이들의 움직임의 폭이 크기 때문에, 결국 앞으로 다카이치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안보와 경제를 얼마나 잘 이끌어갈 지 더 중요해진 상황이죠. 이젠 핑계 댈 곳도 없어서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인지라.
다만,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전세계적 현상이 눈에 띕니다.
4 months ago (edited) | [YT] | 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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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의 지식Play
저희... 좀 쉬었다 오겠습니다. 여름 휴가 다녀올게요~ ^^
10 months ago | [YT] | 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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